한국에서 읽은 책들 중 일부에 대한 초간단 리뷰
리뷰에 포함된 책은 <지적 사기>, <한국 현대사 산책>, <이기적 유전자>, <욕망의 진화>, <전염병의 세계사>, <우주의 구조> 등을 포함합니다.

아래의 내용은 보다 긴 시리즈의 일부입니다. <대출도서목록> 전체를 보고 싶은 분이나 그 외에 꾸러미에 포함된 다른 글들을 읽고 싶으신 분은 '선물꾸러미'(http://esproj.egloos.com/2056250)를 클릭해서, pre-sent.zip를 다운로드 받으십시오. (이 글에서 직접 받아도 됩니다.) 압축 파일의 비밀번호는 앞으로 몇일 내에 (늦어도 이달 말까지는) '선물꾸러미' 글에 덧글로 달릴 겁니다.



*이 글은 <대출도서목록>에 있는 책들 및 그 밖의 몇몇 책들에 대한 간단한 서평이다. 저자가 여러명인 책에 대해 한명만 언급한 경우가 여러번 있다. 예를 들어 소칼과 브리크몽의 <지적 사기>를 그냥 소칼의 <지적 사기>라고 한다거나. 귀찮아서 그런 면도 있고, 적당히 인상이 깊게 남는 저자 한명만 언급한 경우도 있는데, 양해를 바란다.

<대출도서목록>에 있는 책들은 (몇몇 예외도 있으나) 사실상 거의 다 추천서적이다. 보통 그 중에서도 특히 추천하고 싶은 책에 대해 서평을 쓰겠지만, 제목만으로 내용을 파악하기 힘든 책, 뭔가 추가적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는 책에 대해 쓰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대출도서목록>의 책들을 전부 읽을 생각이 있는 사람은 거의 없을테니, 이 <초간단 서평>을 읽다가 관심이 생기는 책들부터 하나씩 읽기 시작하는 것을 추천한다.

 

<평면인이 보내온 편지>는 등장인물인 아이들이 다니던 학원에 있던 지구본이 사실은 지적이고 조그만 생물들이 사는 2차원 세계였다는 설정으로, 차원 등의 수학적 개념을 초등학생이나 중학생도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알기 쉽고 재미있게 설명한다. 목록에는 없으나 내가 초등학생 시절에 재미있게 읽은 비슷한 종류의 책으로 데즈카 오사무의 <아톰박사의 상대성이론>도 추천한다. (만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눈치챘겠지만, 저자는 <우주소년 아톰>을 그린 바로 그 유명한 만화가이다.) 차원의 개념을 조금 더 알아보고 싶은 중학생 정도라면 <루디 러커의 4차원 여행>도 괜찮은데, 초중반까지는 괜찮으나 마지막 부분은 작가의 개인적인 신비적 철학이 좀 반영되었으니 그냥 '이런 생각도 있구나' 정도로 넘기길 추천한다.

<지적 사기>의 저자인 물리학자 앨런 소칼은 라캉이나 들뢰즈 등의 포스트모던 사상가들이 과학적 개념들을 원래의 의미와 완전히 동떨어지게 오용하는 것을 비판한다. 비유적인 표현으로 썼을 뿐이라는 변명도 있으나, 애초에 난해한 과학 용어들의 의미를 거의 알아듣지 못할 인문학 전공 청중들에게 꼭 필요하지도 않은 과학적 '비유'를 드는 것은 무슨 의도인가? 자기 학문의 깊이가 실제보다 깊은 것으로 위장하려는 것은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소칼은 책에서 이와 같은 지적 '겉멋부리기'가 나오는 근원으로 인식론적 상대주의를 지목하고 이에 대한 비판을 가했는데, 여기에 대해서는 양신규-홍성욱 논쟁을 참고하라. 논쟁은 안티조선 사이트 '우리모두'의 소칼방(http://neo.urimodu.com/bbs/zboard.php?id=forum_socal)에서 이루어졌으나, 이 게시판에서 논쟁의 흐름을 따라가기는 쉽지 않을테니 다음의 방법을 추천한다. 먼저 <지적 사기>를 읽은 뒤, 그에 대한 홍성욱의 서평(http://freeview.org/bbs/board.php?bo_table=e003&wr_id=10)을 읽고, 거기에 대한 양신규의 반론과 재반론, 재재반론 등을 전부 정리해둔 http://freeview.org/bbs/board.php?bo_table=e003&wr_id=12를 읽으라. 홍성욱의 생각에 대해서는 '과학은 확실한가'나 '과학은 가치중립적인가' 등의 질적인 질문이 아닌 '과학은 얼마나 확실한가', '과학은 얼마나 가치중립적인가' 등의 양적인 질문을 던져야 한다고 주장한 <과학은 얼마나>를 참고할 것. 대출도서중 관련 서적으로 조인래의 <쿤의 주제들>도 있다. 아래에 이상하의 <과학 철학>을 다루는 부분도 참고하라.

'해방전후사'는 1945년 대한민국이 독립한 시점("해방")을 전후한 시기의 역사를 말한다. 해방전후사를 어떻게 인식할 것인지의 문제는 그 이후에 이어지는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의 역사를 어떻게 볼 것인지로 직접적으로 연결되기에, 정치적으로 극히 민감한 사안이다. 군사독재가 어느 정도 끝나가던 80년대, 학생운동 및 민족주의 세력은 <해방전후사의 인식>(이하 <인식>)을 펴냈다. 이 책은 당시의 교과서적 해석('우익의 독립운동으로 해방된 국가에서 계속 빨갱이들이 난동을 부리더니 결국 전쟁까지 일으켜서 나라를 반토막냈다')에 반기를 들고, 그에 정반대되는 민중-민족주의 해석('현재 우익을 자처하는 이들은 일제에 붙어 호의호식한 친일파의 후손들이며, 그 뒤로도 현대 한국사는 자유를 위해 싸우는 민중들과 이를 핍박한 권력층 간의 싸움이다')을 제시하여 8,90년대 한국 정치지형의 상당 부분을 형성하였다.

<해방전후사의 재인식>(이하 <재인식>)은 <인식>에 대한 재반박이다. <재인식>은 지난 20년간의 역사학적 연구 성과의 발전에 힘입어, 미국이 <인식>이 나타내는 것처럼 의도적으로 사악하게 한반도의 분단을 획책하지 않았으며, 미국은 당시 동아시아의 정세에 대해 무지해서 어느 정도 스스로도 혼란에 빠져 있었다고 주장한다. <재인식>은 논문집이라서 전공자가 아니면 읽기 어렵지만, 주요 저자 중 한 사람인 이영훈의 <대한민국 이야기>는 고등학생 정도라면 어려움 없이 읽을 수 있다. 여기에서 표현된 이영훈의 주장(특히 책의 후반부)에는 내가 동의할 수 없는 부분도 있으나, 최소한 그의 위안부 문제 등에 대한 견해가 어느 정도 언론에 의해 왜곡되었음을 알 수는 있을 것이다.

40년대부터 90년대까지 대한민국 역사를 공부하고 싶은 사람에게 강준만의 <한국 현대사 산책> 시리즈보다 더 좋은 출발점은 없다. 40년대편부터 90년대편까지 각 편은 3권 정도로 이루어져 있어서, 총 15권이 조금 넘는 역작이다. 대신 각 권의 길이가 짧은 편인데, 지나친 분권으로 인해 번거로운 점도 있다. 글이 잘 쓰여지고 사진 등이 적절히 제시되어 읽기 편하며, 각 주제에 대해 여러 측의 의견이 공정하게 제시-인용되고 출처가 페이지 바로 밑에 나타나 있다.

<공황장애>는 내가 공황장애로 진단받은 직후에 읽은 책이다.

이기갑의 <국어방언문법>을 읽고 내가 블로그에 올린 글 http://esproj.egloos.com/1478257를 참고하라.

<언어>는 대학 교양 수준의 언어학 입문서이다.

언어학이나 '국어'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 고종석의 <감염된 언어>를 강력히 추천한다. 저자는 '국어 순화'를 비판하고, 대중이 스스로 언어를 변화시켜 나가는 능력을 찬양한다. 인터넷 통신 언어로 인해 '세종대왕께서 만드신 아름다운 한국어'가 망가져간다고 걱정하는 이들은 먼저 '한국어는 세종대왕이 만들지 않았다'는 사실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세종대왕은 상당히 뛰어난 문자체계인 '한글'을 발명했지만, 언어로서의 '한국어'는 그 같은 한 사람의 천재가 아닌 한반도에 거주하던 수천만 민중들이 수천년에 걸쳐 만들어졌다. 수천년 전의 사람들이 그저 자기들이 말하고 싶은대로 말하는 과정에서 (아름다운지 어쩐지는 몰라도) 꽤나 정확한 의사소통을 가능케 하는 정교한 언어를 만들어냈다면, 21세기 초에 대중이 스스로의 언어를 만들어나가는 능력을 불신할 이유는 무엇인가? 저자의 관점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이라 해도 분명 언어에 대한 '문제의식'의 측면에서는 이 책을 통해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같은 저자의 <바리에떼>도 있다.

<한국 현대사 산책>, <감염된 언어>, <국어 경어법과 사회언어학>, <수학 형식과 기능>, <한국어의 발음>에 대해 내 블로그의 http://esproj.egloos.com/1181317를 참고하라. <국어 경어법과 사회언어학>의 저자인 이정복은 <인터넷 통신 언어와 청소년 언어문화>도 썼다.

일반적인 오해와는 달리 원숭이는 인류의 조상이 아니며, 과거에 실제로 존재했던 것은 원숭이와 인간의 '공통 조상', 줄여서 '공조상'이다. (마치 내 할아버지가 나와 내 사촌들의 공통 조상이듯이.) 리처드 도킨스의 <조상 이야기>는 인류의 공조상을 수만년 전에서 수십억년 전까지 한 단계씩 거슬러 올라가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현존하는 대부분의 족보나 본관 등이 조선 후기에 신분제도가 무너지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위조인데도 불구하고 이를 소중히 간직할 정도로 자신의 뿌리에 깊은 관심을 가진 사람이라면, 이 책을 통해 자신의 억대조(億代祖)가 어떤 분이셨는지 알아보고 제사라도 드리는 게 어떻겠는가.

생물학자로서나 대중과학 저술가로서나 뛰어난 도킨스의 책 중에서 추천할만한 것이 <조상 이야기>만 있는 것은 물론 아니다. 그의 출세작 <이기적 유전자>는 진화는 유기체가 아닌 유전자 관점에서 봤을 때 보다 정확히 이해할 수 있음을 보여줌으로서 진화론 이해의 패러다임을 바꾸었다. <확장된 표현형>은 <이기적 유전자>의 논의에 대해 추가적인 근거를 제시하고 또다시 독창적인 아이디어들을 제시하였다. 그러나 <이기적 유전자>와 <확장된 표현형>은 번역이 그다지 좋지 않다는 평이 있으니 주의하라. (나는 두권 다 미국에 있던 시절에 원서로 읽어서 잘 모르겠다.)

그 외에도 도킨스의 책들은 전부 추천하고 싶은데, 최신작인 <만들어진 신>은 아브라함계 종교(기독교 포함)의 인격신이 "거의 확실히 존재하지 않는 이유"를 설득력있게 논한다. 철학적으로는 순진한 측면도 있지만, '설득의 대상'을 신학을 전공하지 않은 일반 신자들로 잡았기에 어느 정도는 의도된 순진함이 아닐까.

사람의 팔다리가 지난 수십억년 간의 진화 과정에서 환경에의 적응을 위해 적응했듯이, 인간의 마음 또한 진화의 산물이다. 그렇기에 진화론은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는 데에도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다. 진화심리학은 진화적 방법을 심리학에 적용한 것으로, 심리학이 사변을 넘어서 과학적 방법론의 적용을 받는 자연과학에 근접하는 데에 큰 공헌을 했다.

이 분야를 이끄는 핵심 인물 중 한 사람인 데이비드 버스의 <마음의 기원>을 진화심리학 입문서로서 추천한다. 만약 교재 형식의 이 책이 어렵게 느껴진다면, <욕망의 진화>나 <이웃집 살인마>도 좋다. <욕망의 진화>는 버스의 제자이자 내가 자주 가는 블로그(http://evopsy.egloos.com/)의 주인인 전중환이 번역했다. 또한 나중에 통섭을 다룰 때도 다시 언급할 최재천 등의 <살인의 진화심리학>은 한국의 조선시대 후기의 살인사건에 진화심리학의 이론들이 적용되는지를 조사하였다.

스미츠(Smits)가 쓰고 허남건 등이 옮긴 <유체역학>은 액체나 기체 등 흐르는 물체의 움직임을 다루는 분야인 유체역학의 교과서이다. 날씨를 예측하거나 비행기를 만들려면 공기라는 기체의 움직임을 알아야 하듯이 유체역학은 여러 분야에 응용된다. 이 책은 별로 읽지 못하고 반납했는데, 나중에 친구 R87이 08년 6월에 내게 선물로 사줘서 좀 더 자세히 공부할 수 있었다.

크루그먼(Krugman)의 <국제경제학>도 책을 반납한 뒤 나중에 구입했다.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에 도착했을 당시 대륙에는 5천만 이상의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었다. 2백년 가량 지난 뒤, 유럽 이주민들에 의한 조직적인 인디언 학살이 '시작될' 무렵에는 그들의 수는 이미 2백만으로 줄어 있었다. 유럽인들보다 먼저 누가 그들을 죽였을까? 답은, 콜럼버스 등의 탐험가들이 유럽에서 의도치 않게 가져온 세균들이었다. 세균들이 아니었더라도 아메리카 대륙은 그토록 쉽게 정복당했을까?

윌리엄 맥닐의 <전염병의 세계사>는, 인류 역사의 상당 부분이 인간의 의지가 아닌 의도되지 않은 세균의 전염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것을 명료한 문체로 보여준다. 이 책이 제시한 전염병이라는 주제는 후에 다이아몬드(Diamond)의 <총, 균, 쇠>에서 보다 발전되어, 어째서 역사는 유라시아 문명이 아메리카 및 오세아니아 문명을 정복하는 방향으로 나아갔는지를 설명하는 한 요소가 된다.

위의 두 책은 역사학이나 인류학에 관심을 가진 사람, 특히 수백년 단위가 아닌 수천년이나 수만년 정도의 긴 안목과 다섯 대륙 전체를 넘나드는 넓은 관점을 갖고 인류의 역사는 하필 '왜' 이렇게 진행되었는지를 알고 싶은 이들에게 강력히 추천한다. 그 외에도 맥닐과 다이아몬드의 모든 책들은 상당히 좋은 편이다. 내가 읽은 맥닐의 책은 <전쟁의 세계사>와 <세계의 역사>도 있는데, 그 중 <전쟁의 세계사>는 구입해서 집에 갖고 있다가 08년 5월에 친구 C91에게 생일선물로 줬다. 다이아몬드의 책 중 <제 3의 침팬지>는 인간과 침팬지의 분류학적 거리가 학문 초기의 미숙한 인간중심적 관점으로 인해 실제보다 훨씬 더 멀게 잘못 분류되었음을 보여준다.

이상하의 <과학 철학>에 대해서는 내 블로그의 http://esproj.egloos.com/1405449를 참고하라. 같은 저자의 <상황윤리>도 있는데, 저자인 이상하는 무엇이 윤리적으로 올바른지를 판단하기 어려운 복잡한 현실 속에서 '상황을 고려한 적절한 판단'으로서의 윤리성을 연구한다. 저자의 홈페이지는 http://goodking.new21.net/으로, 과학철학에 관련된 많은 자료를 찾을 수 있다. 과학철학에 대한 포괄적인 입문서로는 래디먼의 <과학철학의 이해>가 좋으며, <표상하기와 개입하기>도 중요한 책이다.

<쿨하게 출세하기>(이해찬), <신화는 없다>(이명박), <개나리 아저씨>(정동영), <진보적 자유주의의 길>(손학규), <법이 서야 나라가 선다>(이회창), <문국현 솔루션>(문국현), <사회적 공화주의>(금민) 등은 2007년 대통령 선거에 참고하기 위해 빌린 책들이다. 별 기준 없이 빌리기 쉬운 것들부터 빌렸으며, 도서관에 없다는 이유로 빌리지 못한 책도 몇 권 있었다. 어떤 책은 (최소한 책에 적힌 바에 따르면) 후보자 본인이 썼으며, 다른 책은 후보자에 대해 다른 사람이 쓴 전기이다. 위의 책들은 해당 선거가 끝난 지금은 대체로 읽을 가치가 없으므로 여러분에게 추천하지 않겠다.

심리학에 관심이 있는 사람에게는 위에서 설명한 버스의 <마음의 기원>과 함께 스티븐 핑커의 <마음은 어떻게 작동하는가>를 추천하겠다. 특히, '이성의 심리 파악'이나 '처세술' 등의 막연한 환상을 품고 심리학과 진학을 고려하는 고등학생들이 읽는다면 심리학이라는 분야가 그런 것들보다 훨씬 더 '과학적으로' 흥미롭고 신기하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핑커의 이 책은 인지심리학을 대중적으로 설명한 책으로 볼 수도 있다. 핑커의 다른 책들, 즉 <빈 서판>과 <언어본능>도 강력히 추천한다.

핑커는 인간의 마음이 백지장처럼 순결한 상태로 태어나서 주변 환경에 의해 모든 것이 결정된다는 이른바 '빈 서판' 가설을 비판한다. 생각해 보라, 인간의 마음이 정말로 백지장이라면 어떻게 갓난아기들은 누가 가르치지 않아도 본능적으로 어머니의 젖을 빨겠는가? 아기는 결코 백지장이 아닌 교묘하게 만들어진 '생존 기계'로, 그들은 (물론 스스로는 의식하지 못하더라도) 생존을 위해 최적으로 설계된 전략에 따라 행동한다. 이는 물론 부모의 마음을 끌기 위해 미소를 짓는 등의 귀여운 전략도 포함한다. 좀 더 어려운 책으로는 이정모의 <인지심리학>도 참고하라.

<장미의 이름> 등 중세를 배경으로 한 유명한 소설들의 작가이기도 한 움베르토 에코의 <논문 잘 쓰는 법>은 인문학 계열의 학부 졸업논문을 쓰는 방법을 설명한다. 어떤 분야의 논문을 쓰든 기초적으로 참고해야 할 값진 충고들이 많으므로, 대상 독자 이외의 사람들에게도, 예를 들어 본인이 논문을 쓸 일은 아마 없겠지만 '대체 논문이란 게 무엇인지'를 알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한다.

장하준의 <사다리 걷어차기>는 자유무역이 어떤 경우에 고전적 자유주의의 주장과는 달리 국가에 해가 될 수 있는지를 설명한다. 한국적 진보-보수의 이분법을 벗어나 자유롭게 한국 경제를 분석한 같은 저자의 <쾌도난마 한국경제>도 추천한다.

<우주의 구조>는 제목 그대로 우주의 구조 및 상대론과 양자론 등이 무엇이고 우주에 어떻게 적용되는지를 알기 쉽게(즉, 고등학생 수준에서 읽을 수 있게) 설명한다. 꽤 두껍고 큰 책이지만, 굉장히 명료하고 알기 쉽게 쓰여진 책이라 읽는 동안 전혀 두껍다는 느낌이 들지 않을 것이다. (책이 다루는 대상의 크기에 비하면 극히 작은 책이 아닌가?)

슈나이어의 <크립토그라피>는 수학적인 측면이 아닌 보안 중심의 실용적인 관점에서 암호학을 다룬다.

<세계를 뒤흔든 열흘>은 러시아 혁명이 일어난 열흘간의 일들을 자세히 다룬다.

유학(儒學)에 입문할 때 상당히 어려운 부분이 바로 끝없이 쏟아지는 개념들이다. 대체 리(理)니 기(氣)니 사단(四端)에 칠정(七情)이니 하는 것들이 다 무엇일까? 이런 개념들은 문맥에 따라, 역사적으로 의미가 달라지기 때문에 더더욱 정확한 의미를 파악하기가 곤란하다. <조선유학의 개념들>은 이와 같은 개념들의 의미 변천을 조선 유학의 역사 속에서 빠뜨림 없이 추적한다. 다만 배경 지식이 없으면 이 책도 꽤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데, 오히려 <주희에서 정약용으로> 같은 책이 입문서로서 더 좋을 거라고 생각한다.

이준구의 <경제학 원론>과 (특히) <미시경제학>은 이 분야의 거의 표준적인 교과서이다. 나는 예전에 미국에서 경제학 수업을 들을 때 내 손으로 직접 한줄 한줄 연필로 끄적이며 읽은 책의 중요성을 미처 알지 못하고 그때 쓴 교과서를 이사할때 버리고 말았는데, 그래서 복습하는 셈 치고 <경제학 원론>을 열흘간에 걸쳐 공책에 정리해가며 꼼꼼히 읽었다. <미시경제학>은 구입했다.

<전격전의 전설>은 2차대전 중에 독일이 사용한 것으로 알려진 전격전이라는 전법이 실제로는 거의 존재하지 않았으며, 사실상 해당 작전이 우연히 성공한 뒤에야 끼워맞추기 식으로 만들어진 개념임을 보여준다.

김광수가 해석한 <손자병법>은 한문 해석에 입문하려는 사람에게 좋은 책이다. 중국어 원문과 한국어 번역문이 대조되며, 한문을 구절 구절별로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가 친절하게 설명되어 있다. 시대적 상황을 모르고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공자나 맹자의 윤리학적 저서에 비해 손자병법은 '어떻게 하면 전쟁에서 패하지 않을 것인가'라는 구체적인 주제를 다루기에 현대인들이 접근하기에 좋다. 특히 김광수의 해석은 억지로 기업 활용 등에 끼워맞추지 않고 원래 손자의 의도대로 병법서로서의 측면에 집중했다는 점도 마음에 든다.

<구텐베르크 은하계>는 구텐베르크에 의해 인쇄술이 발명된 뒤로 '글을 읽는다'라는 행위 자체의 의미가 크게 변화했음을 보여준다. 중세적 글읽기와 근대적 글읽기는 근본적으로 상당히 다른 행위라는 주장이다.

(사진과 그림으로 보는) <철학의 역사>는 두껍지 않은 책이다. 제목 그대로 사진과 그림이 많아서 텍스트의 양은 (철학사 책 치고는) 꽤 적다. 그러나 그 적은 분량에도 (서양) 철학의 역사를 빠짐없이 각 주제별로 알기 쉽게 정리한 책으로, 철학이란 어떤 학문이며 대충 어떤 것들이 있는지 알고 싶은 초심자에게 추천한다. 보다 자세하게 다루는 책으로는 남경태의 <철학>을 추천한다. 또한 근대철학에 대해서는 이진경의 <철학과 굴뚝청소부>도 있다. 박이문의 <현상학과 분석철학>은 현대철학의 두 사조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내가 이 주제에 대해 본 어떤 책보다도 명료하게 대조시킨다.

(폴 크루그먼의) <경제학의 향연>은 케인즈 이후의 미국 경제사에 대한 명쾌한 요약이다. 원제인 'Pedding Prosperity(허망한 번영)' 쪽이 책의 내용을 더 잘 나타내준다. 경제 성장, 호황과 불황은 어떻게 오고 어떻게 떠나가는 것일까? 현대의 우리들에게 경제는 (약간 과장하자면) '인간 노력의 총합'일진데, 어째서 우리는 그토록 열심히 노력했는데도 경제 위기를 맞게 되는 걸까? 이 책이 알려주는 냉정한 진실은, 이러한 질문들에 대해 우리가 아는 바가 그다지 많지 않다는 것이다. (경제학을 공부하지 않은 사람일 수록 '왜 97년에 IMF 위기가 발생했는지'라는 극히 난해한 질문에 자신있게 대답하는데, 이런 문외한의 만용은 거의 어느 분야에서나 일어나는 일인 것 같다. 누워서 뱉는 침은 일종의 동족혐오로 이해해주면 고맙겠고.) 이 폴더에 포함된 '경제학의 향연.txt' 파일을 참고하라.

<천안문>은 세 사람의 중국인의 삶을 중심으로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중후반 까지의 중국 현대사를 추적한다. 이 책에서 중심 인물로 잡은 세 사람은 권력자도 민초도 아닌 저술가(또는 작가, 문필가)들인데, 최소한 중국공산당 당사를 중심으로 추적하는 책들보다는 상당히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포괄적 시야를 가지면서도 중앙의 관점에 매몰되지 않는 점이 좋다.

'나'는 무엇인가? 내 몸 전체가 '나'인 것은 아니다. 손톱을 깎아도 나는 그대로 나니까. 그러나, 몸이 병에 걸리면 '내'가 아프고, 몸이 죽으면 '나'도 죽는다. 그렇다면 대체 '나'는 뭘까? <이런, 이게 바로 나야!>는 이런 질문들에 대해 명확한 답을 제시하지 않는다. 오히려, 여기에 대답하는 것이 독자가 처음에 생각했던 것보다도 더 어렵다는 것을 알려주는 글들을 담고 있다. <정신은 어떻게 출현하는가?>도 참고하라.

<포르노는 없다>의 내용을 "권력에 대한 복잡한 反感의 표현"이라는 부제보다 더 잘 요약하기는 힘들 것이다. 정치학 교수가 저술한 이 책은 특히 한국 사회에서 포르노 또는 "음란물"이 어떠한 정치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지를 신랄하면서도 차분하게 비평한다.

엄밀한 과학적 연구 성과에 근거한 책 치고 <정자전쟁>보다 더 재미있는 책을 찾기는 힘들텐데, 이것은 '인간의 성행동'이라는 주제를 감안하더라도 마찬가지이다. 책의 각 장은 먼저 현실의 성행동에서 충분히 발생할 수 있는 가상의 상황(피임, 불륜, 강간, 임신과 육아 및 기타등등)을 실감나게 묘사하고, 어째서 이러저러한 일들이 발생하는지를 알기 쉽게 해설한다. 예를 들어, 정자에는 다양한 종류가 있어서 어떤 것들은 난자를 수정시키는 것과는 무관하게 오로지 다른 남자의 정자와의 전쟁에만 대비하는데, 이러한 특성을 남성과 여성(의 신체)이 각자 불륜을 위해 어떻게 (무의식적으로) 이용하는가? 이 책이 대답하는 질문은 이것 외에도 무궁무진하다. 성과학(sexology)에 대한 포괄적인 교재로는 (이인식의) <성과학 탐사>가 있다.

by esproj | 2008/09/12 11:37 | 여러 주제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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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애기_똥풀 at 2009/04/25 17:45
링크가 죽어 있어요.
Commented at 2014/03/30 05:27
비공개 덧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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