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나라

다음 내용은 내가 2년 전쯤에 구상한 소설의 줄거리이다. 귀찮아서 결국 안썼는데, 앞으로도 안쓸 것 같다. 그렇다고 그냥 잊어버리기는 아까우니까, 친구한테 내용을 설명해준 걸 그대로 올린다.


나:
전에 쓰려다가 귀찮아서 안쓴 건데요.
C:
응?
C:
응. 스토리.
나:
어느 초등학교의 4학년 6반 아이들이 선생님과 함께 바다로 소풍을 가요.
C:
응.
나:
그런데 배는 학생들과 교사를 무인도로 보이는 이상한 섬에 내려두고는 돌아가 버렸어요.
C:
...[..]
나:
그 다음날이 돼도 외부와 연락할 방법은 전혀 보이지 않고,
나:
아이들은 소풍 분위기에 들떠 있는데 교사는 그 무인도에서 평소처럼 정상 수업을 진행해요.
C:
우와.[..]
나:
아 그 무인도에, 라면 등이 쌓여있는 건물이 있거든요. 안에 사람은 아무도 없었지만.
C:
..식량까지?!
나:
아이들의 불만이 고조된 상태에서, 교사가 물건을 꺼내러 창고에 들어간 사이
나:
한 아이가 장난삼아 밖에서 문을 잠궈요.
C:
...헉[..]
나:
그때는 아무도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몰랐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다들 현재 상황을 인식했어요.
나:
자신들이 교사의 지배에서 벗어나 자유를 쟁취했다는 걸.
나:
아이들은 무인도를 '새로운 나라'의 영토로 선포하고, 정부 수립을 시작해요.
C:
우와.
C:
..
C:
정부수립?
나:
아 원래 4학년이 아니고 5학년이었던가.
나:
아무튼, 대통령제를 선택하고, 대통령을 선출하기 위해 국민투표를 실시..하려고 하는데
나:
선거에는 남자애 한명, 여자애 한명이 출마했어요. 출마하려는 다른 애들도 있긴 했는데 어째서인지 자진 사퇴했고.
C:
자진사퇴[..]
나:
이 시점에서 뭔가 이상하다는 걸 눈치챈 애들도 있었지만.
나:
투표가 진행되는 도중에, 후보로 나선 애를 포함한 여자애들 몇명이 투표장에서 밖으로 빠져나갔어요.
C:
응.
나:
그들은 식량 창고를 점령한 상태에서, 현재 진행되고 있는 투표가 무효라고 외쳤어요.
나:
남자애들이 전부 남자 후보를 찍고 있고, 여자애들이 전부 여자 후보를 찍고 있는데, 그 반의 구성은 남자 21명 여자 18명이라서 선거의 결과가 시작하기 전부터 결정되어 있었다는 게 주장이었고
C:
....
C:
푸핫[..]
나:
실제로 당시까지 진행된 투표 결과를 개표해보자 거의 주장대로 나타났어요.
나:
이 상태에서 투표의 진행을 맡고 있던 임시 국회의장(남자애)은 투표를 통해 행정부가 합법적으로 구성되었음을 선포하고, 남자애들로 구성된 정부군을 조직해 창고를 포위했어요. 이 상태에서 양 군의 대치가 시작되었습니다.
C:
...[..]헐..
나:
물론 포위된 상태라고 해도 식량을 독점하고 있긴 한데
나:
라면을 끓일 가스렌지가 없어요.
C:
아...[..]
나:
저거 말고도 여러가지 현실에 대한 패러디가 많았는데, 저 투표 양태는 지역감정의 축소판이기도 하지만, 실제로 초등학교에서 아주 일반적으로 일어나는 일이에요.
나:
반장 같은거 뽑을때.
C:
응, 그렇네요.
C:
저기 그럼 선생님은 어떻게 되는거야?
C:
..
나:
글쎄요.
나:
계속 교대제로 경비를 서면서 대치를 지속하다가, '해변에 놀러가고 싶다'는 불만이 쌓이면서 결국 정치적 타협이 이루어졌어요.
C:
푸핫, [..]
C:
어린애들 답네[..]
나:
대통령의 임기는 일주일로 하며, 남자와 여자가 한번씩 번갈아가며 맡는다. 초대 대통령은 지난번 선거에서 선출된 남자애가 맡고, 여자군 총사령관은 국방과 식량 관리를 주 업무로 하는 총리직을 맡았어요.
C:
아하[..]
C:
누가 고안한거에요 그런건?
C:
그냥 타협점을 찾다보니 그렇게 된건가[..]
나:
윗분들끼리 이야기하다가 나온 거에요. 대부분의 애들은 그런 타협을 하고 있는줄도 몰랐어요.
C:
[..]푸하
나:
다시 '새로운 나라'는 하나로 뭉쳤고, 태평성대가 이루어지는 듯 했으나
C:
응.
나:
외국의 군대가 '새로운 나라'를 침략했습니다. 권좌에서 쫓겨나 감옥에 갇힌 왕이 창고 안에서 몰래 외국에 연기로 구조 신호를 보냈어요.
C:
...응?!?! 외국의 군대?
나:
사실 군대는 아니었어요.
나:
대한민국 해양경찰. 실종된 어린이들을 찾으러 왔습니다.
C:
푸하하하하핫...
C:
아 그렇구나, 선생님이 창고 안에서[..]
나:
국방장관 직을 겸하고 있는 총리의 지휘 하에 열심히 저항했으나, 객관적인 국력의 차이가 너무 컸습니다.
C:
푸하하..
나:
그들의 국토는 유린당하고, 주권은 침해당했습니다. 그들은 자신들이 탈출한 예전의 나라로 송환되었어요.
C:
예전의 나라로 송환[..]
나:
돌아가서 아이들이 지난 일주일간 있었던 일을 회상하는 걸로 이야기가 끝나는데,
나:
돌아와서 알게 된 거지만, 섬이 아니었어요. 5킬로미터 정도 걸어가면 사람들 사는 마을이 있어요.
C:
....
C:
오, [..]그런데서 나라를 만들겠다고[..]
나:
그럼 대체 우리의 '영토'는 어디에서 어디까지였을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이야기 끝.
C:
푸하, 쓰지 왜 안썼어요?
C:
스토리 재밌어요.
나:
아하하. 뭐 어쩌다 보니 안썼네요.
나:
재밌다니 다행.



뭐 대충 소설 내용은 저게 전부라고 봐도 되는데, 아래는 보너스.



나:
외국군의 침략이 아니었더라도, 곧 식량이 다 떨어졌을 거에요.
C:
응, 라면박스가 한가득...이었지만[..]
C:
선생님은 말이에요,그 감옥에 애들이 뭐라도 먹을걸 넣어줬나요?
나:
응. 가끔 불쌍하다면서 지나가다가 먹던 과자 같은 걸 넣어주는 애도 있었어요.
C:
푸하..푸하하하하하하핫.
C:
...[..]와 그게 뭐야 역시 초등학생!인가.



그리고 그로부터 30분 정도 시간이 더 지난 뒤에 한 이야기.



나:
해양경찰한테 끌려가는 애들 상상하면 웃음이 나오네요.
C:
푸하핫..어떻게 저항할까나?
C:
조잡한 트랩?
나:
트랩 같은 거, 만들 시간도 없었어요.
C:
아 하긴 기습이니까
나:
'국경을 넘어서면 공격하겠다'고 경고했지만 적군은 경고를 무시했고
나:
전방 부대는 식칼이나 막대기를 들었고, 뒤에서 돌멩이 같은 걸 던지면서 응원했는데,
C:
푸하하하핫. 식칼이나 막대기
C:
정말 귀여울것 같아 어쩐지.
나:
경찰이 뺏었어요.
C:
식칼이나 막대기라니..
나:
무장이나 훈련 상태는 분명 지난번 내전때보다 발전해 있었는데
나:
훈련받은 정규군이 군대도 아닌 경찰따위에게 몰살되는 안습한 상황..
C:
...[..]
나:
반군 지도자에서 충성스러운 군 사령관으로 변신한 그 친구, 경찰아저씨 어깨에 들린 채로 끌려가면서도 '여기는 우리 영토에요! 주권이니까 존중하세요!'라고 외치지만, 존중받지 못합니다.
C:
푸하하하하핫.
C:
만화로 그려도 재밌겠다.
나:
약소국의 설움이죠.
C:
주권이니까 존중하세요!1
C:
와 엄청 모에해.
C:
..<ㅡ?
나:
특별한 실수만 안하면 차기 대통령직을 거의 맡아놓은 녀석이었는데, 불쌍하게도.
C:
주권이니까 존중하세요!
C:
푸하..
C:
포니테일? 트윈테일?
C:
포니테일이 좋겠지
C:
까만머리에 키는 조금 작게..아니 또래보다 좀 큰것도 괜찮..아냐
C:
작은편이 좋겠어.
C:
안경은..안경은 어쩌지. 안경 씌울까?
나:
아하하. 그려서 가져오시죠.
C:
과제 인가?
나:
소설도 안썼는데 팬픽이 먼저 나오는 겁니다.
C:
이걸 가져가면 그쪽은 소설 쓸겁니까?
C:
에헷. 소설 쓴다면 그려갈 의향 있어요.
나:
에에. 그냥 저 이야기 설명으로 만족하세요.
C:
우으...그게 뭐야.
C:
이야기만 대충 듣고 팬픽을 그리다니.
나:
그냥 그림 한장이면 돼요.
C:
좋아 멋대로 동인지도 만들어 버린다?
C:
<ㅡ얌마
나:
예예.
C:
랄까 당연히 백합물이고..
C:
커플링은 선생님X총리씨야.
C:

C:
진짜 그냥 막 튀어나오는대로 지껄이고 있는데
C:
말이 되고 있어
C:
오오오오!!!!
나:
아하하
C:
이거 구도가 되는데!!!

(중략)

C:
그런데,
나:
저 소설 구상하면서 연애는 전혀 안넣었어요.
C:
지금 자면 몇시에 일어나세요?
C:
선생님 X 총리씨 러브라인은 꼭 넣어주세요
C:
부탁입니다.
C:
<ㅡ
나:
글쎄 언젠가 일어나겠죠.
C:
언젠가 는 뭐야..성의없는 대답.
나:
아 하긴 러브라인은 아니라도, 그런 이야기가 있긴 했다.
C:
응 어떤 얘기요?
나:
걔가 반란을 일으켰을 때, '선생을 복권시키려는 거다'라는 모함이 있었어요.
C:
...
C:
푸하?[..]
나:
당연히 본인은 그럴 생각이 전혀 없었지만.
C:
우와 뭔가 아무리 생각해도 모에한 캐릭터인데!!
by esproj | 2008/07/22 02:03 | 사회과학 및 인문학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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