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나침반(political compass)
아마 3년 전쯤에도 했던 것 같지만, 정치 나침반 검사를 해봤다.

첫 페이지는 국가와 세계에 대한 내용이다. 여기에서는 대부분의 항목에서 반국가/반민족주의적 답변을 했지만, "자신의 나라에 대해 자랑스러워 하는 것은 멍청한 일이다"라는 항목에는 '동의하지 않음'을 선택했다. '멍청한'(foolish)이라는 단어의 선택이 좀 과하다. "적의 적은 친구이다"라는 항목에 동의하지 않은 것은, 요즘들어 특히 적과 아군으로 나누기 힘든 대립을 많이 경험한 결과인 것 같다. 대체로 강하게(strongly) 동의하거나 강하게 반대하기보다는 그냥 '동의'와 '반대'만 선택했으나, 경제적 세계화가 초국가기업보다는 인류를 위한 것이어야 한다는 항목은 간단히 '강하게 동의'를 선택했다.

두번째 페이지는 경제에 대한 내용이다. 나는 "진정한 자유시장은 포식적 다국가기업이 독점을 형성하지 않게 하기 위한 제한을 필요로 한다"는 항목에 강하게 동의했으며, 만약 내가 경제적 자유주의자라면 이런 의미에서이다. 나는 물이나 토지가 판매/거래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항목에 반대했지만, 동시에 부유층에 대한 현행 조세가 과도하다는 항목에 대해서도 반대했다. 기업의 환경 파괴를 막기 위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항목에 동의했으며, 예측된 인플레이션은 큰 피해를 입히지 않으므로 그보다는 즉각적으로 고통을 낳는 실업률의 관리가 더 중요하다고 대답했다.

세번째 페이지는 사회적 가치관을 다룬다. 상업적으로 독자 생존이 불가능한 극장이나 박물관에 대해 세금을 지원해주지 말아야 한다는 항목에 대해 '동의'를 선택하려다가, 같은 논거를 순수학문에 대해 적용해보고서는 '반대'로 전환했다. (하지만 여전히 대중이 선택하지 않는 예술의 가치는 학문적 연구에 비해 훨씬 의심스럽다고 생각한다.) 나는 산모의 생명이 위협받지 않는 상황에서도 (이 결정을 산모 스스로 내린다는 제한 하에) 낙태가 허용될 수도 있다고 대답했다. '그 때'로부터 9년이 지난 지금의 나는 여전히 '학교는 등교를 의무화하지 않아야 한다'는 항목에 동의했지만, 지금은 그때 생각했던 것보다 문제가 훨씬 복잡하다는 걸 조금 알게 된 것 같다.

네번째 페이지의 주제는 세번째 페이지와 비슷하다. "우리의 시민적 자유는 반테러리즘의 이름 하에 지나치게 구속되고 있다"는 항목에서, '우리의'라는 단어의 의미를 인식하며 '동의'를 선택했다. 사형제도가 극악한 범죄에 대해 적용될 수 있는 선택안으로서 존속해야 한다는 항목에 동의하긴 했지만, 이 문제에 대한 내 관점은 좀 미묘하다. 나는 반인륜적 범죄를 저지른 사람에 대해 '저런 놈이 눈을 뜨고 살아있으면 화가 나서 살아갈 수가 없다'는 식의 분노를 느끼지 못하며, 기껏해야 '똑같은 범죄를 또 저지르게 놔두면 사회에 좋지 않을테니 처벌하는 게 좋겠네' 정도의 생각만 든다. 그 동시에, 사람의 생명은 그 누구도 (국가라 해도) 침범할 수 없는 절대적인 가치라는 생각에도 동의하지 않기에, 이 문제에 대한 내 대답은 '어느 쪽이든 별로 상관 없다'는 것이다. 만약 동의도 반대도 아닌 중립이 있었다면 그쪽을 골랐을 것이다.

다섯번째와 여섯번째 페이지는 질문의 숫자가 그다지 많지 않지만, 여기까지는 '강하게 동의'나 '강하게 반대'를 선택하는 일이 드물었던 나도 여기에서는 상당히 자주 강한 의견을 선택했다. 다섯번째 페이지는 종교를 다루며, 여기에서 나는 일관되게 반종교적인 입장을 취했다. 예로서, "점성술은 많은 일들을 정확히 설명한다"거나 "종교적이지 않으면 도덕적일 수 없다"는 문항에 대해 망설임 없이 '강하게 반대'를 선택했다. 여섯번째 페이지는 성(sex)을 다루는데, "혼외정사는 대체로 부도덕하다"는 항목에 반대했으며 "서로 동의하는 성인들을 찍은, 성인 시청자 대상의 포르노그래피는 불법화되지 않아야 한다"는 항목에 찬성했다. "안정적인 애정관계의 동성 부부는 어린이 입양을 못하도록 금지하지 말아야 한다"는 항목에는 강하게 찬성했다.

아래는 결과 그림이다.
그림은 저장했는데 실수로 수치는 저장하지 못했다. 대충 좌-우파 수치는 -4.5, 자유-권위 수치는 -3.2 정도 되는 모양이다.
by esproj | 2008/04/14 01:41 | 사회과학 및 인문학 | 트랙백 | 덧글(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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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esproj at 2008/04/14 02:01
써놓고 보니 '뭐뭐하지 말아야 한다는 항목에 반대했다' 처럼 2중부정으로 구성된 문장이 많은데, 정반대 의미로 오해하지 않도록 주의 바랍니다.
Commented by 제영 at 2008/07/02 14:16
저랑 비슷하게 나왔네요
Commented by esproj at 2008/07/02 14:46
제영// 예, 오랜만이네요.
Commented by esproj at 2008/07/02 14:54
위 분과는 무관하게 저 검사를 하면서 들었던 생각인데, 미국 위주로 만들어진 설문이라 한국에서는 질문의 의도가 잘못 이해될만한 문항이 몇개 있더라구요. 낙태의 경우 여성의 자기결정이라기보다 시부모 등의 요청으로 태아의 성을 감별해서 하는 일이라는 인상이 있고, 동성애의 선천-후천성 논쟁에 익숙치 않다 보니 '누구도 동성애자로 태어나지 않는다'는 문항에 찬성하는 쪽이 동성애를 인정하는 쪽이라고 오해하는 사람도 봤고.

그리고 검색해보니 한국어판이 있긴 하던데, 약간씩 오역이 있어서.. 한번 수정판을 올려볼까 생각중.
Commented by 가나다 at 2011/12/06 17:54
사상검증으로 흘러들어왔는데 아무래도 우리나라 테스트가 아니어서 그런지 애매한 문항도 있더라고요.
그래도 재미있게 잘 했습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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